본문 바로가기
아보하 아주 보통의 하루

저출산 시대, 사라지는 우리 동네의 추억들

by 라이프 크리에이터 오드리냥 2025. 5. 13.

한때 골목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던 시절이 있었어요. 방과 후 가방을 던지고 뛰어가던 문방구, 그 작은 공간 안엔 세상 모든 재미가 들어 있었죠. 유리 진열장에 반짝이던 캐릭터 학용품, 구슬치기, 딱지, 100원짜리 뽑기통, 그리고 이거 사면 공부 잘해"라는 사장님의 말. 하지만 이제 그 모든 풍경은 어른들의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어요. 아이들이 줄어든 만큼, 추억의 공간들도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죠. 오늘은 저출산 시대 사라지는 추억들에 관해 포스팅해보려 합니다.


저출산 시대 사라지는 것들
저출산 시대 사라지는 것들

 

사라지는 어린 시절의 풍경, 그 중심엔 저출산이 있다

 

우리 동네엔 아직 문방구가 있어. 이 한마디가 희귀한 자랑거리가 되어버린 요즘이에요. 문방구, 오락실, 놀이터, 알림장, 학교 앞 떡볶이집 우리가 자라던 시절엔 너무도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은 하나둘씩,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요. 그 이유는 단순하지만 무겁게 느껴져요. 아이들이 없다는 것. 아이들이 줄어들자,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함께 줄어들었죠. 저출산은 단지 숫자의 변화가 아니에요. 어쩌면, 우리는 한 시대의 문화를 통째로 떠나보내고 있는지도 몰라요.

문방구 우리 세대의 백화점
엄마, 천 원만! 그 짧은 외침 하나로 세상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어요. 문방구는 단지 학용품을 파는 곳이 아니었어요. 그곳은 장난감도 있고, 비밀 일기장도 있고, 구슬, 딱지, 고무줄, 수수께끼 책도 있었어요. 100원짜리 뽑기 기계의 딸깍 소리는 희망의 소리였고,
양은 냄비에 끓여주는 500원짜리 라면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별미였어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문방구를 모르거나, 아예 키즈카페와 온라인 쇼핑몰로 소비 공간을 대체하고 있어요. 서울 관악구에서 30년 동안 문방구를 운영하던 한 사장님은 이렇게 말하죠.
하루에 오는 아이가 2명도 안 돼요. 이젠 동네에 초등학생이 손에 꼽히니까요. 이제 문방구는 단종된 학용품처럼, 우리 기억 속으로만 존재하게 될지도 몰라요.

 

놀이터 웃음소리가 사라진 공간
한때는 해 질 때까지 놀다 등짝 맞던 곳. 놀이터는 우리 세대의 사회적 감각과 협업 능력이 자라나던 첫 공간이었죠. 하지만 지금 놀이터에 가보면 어쩌면 가장 조용한 장소일지도 모릅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200 가구가 넘는데 놀이터에 노는 아이는 하루 평균 3명. 그마저도 대부분은 주말이나 휴일에만 나오죠. 학교-학원-집이라는 순환 속에서 아이들이 뛰놀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건 아이 자체의 수가 너무 줄었다는 현실이죠. 오히려 놀이터엔 어른의 산책과 반려견의 공간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제 놀이터는 아이들의 소리보다 정적이 어울리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죠.

 

알림장과 종이문화 손글씨로 이어진 정서
어린이집에서 오늘 점심은 뭘 먹었지? 예전에는 알림장을 펴보면 선생님의 정성스런 글씨로 메뉴와 활동 내용, 아이의 컨디션이 적혀 있어요. 지금은 대부분 앱을 통해 알림이 자동 전송되고 있죠. 물론 더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손글씨로 채워진 알림장에서 느껴지던 사람 냄새, 정성, 그리고 관계의 밀도는 사라져 버렸어요. 디지털로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지만, 그만큼 사라지는 건 느림에서 오는 따뜻함이죠. 종이로 쓰던 급식표, 자필 성적표, 그림일기 모두 우리 시대의 감성을 담은 유산들이었죠.

오락실 동전의 소리가 음악이던 공간
학교 앞 작은 오락실, 100원짜리 철권, 보글보글, 킹오브파이터 어두컴컴한 실내에 번쩍이는 화면, 그리고 친구의 응원과 패배의 절규가 함께 있었던 곳. 이제는 오락실이 멸종 위기가 되었어요.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게임을 즐기고, 심지어 '조작감'이라는 단어조차 모르죠. 전국의 오락실 수는 2005년 약 1만 개에서 2024년 기준 1,200여 개로 급감했죠. 그나마 남은 곳도 성인 위주의 레트로 감성 체험 공간일 뿐이에요.
동전을 넣을 때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기억나요.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처럼, 오락실은 이제 향수의 아이콘이 되어버렸어요.

 

사라지는 어린 시절의 풍경
사라지는 어린 시절의 풍경

 

저출산 시대
저출산 시대

 



떡볶이집 방과 후의 제2교실
학교 끝나고 삼삼오오 몰려갔던 떡볶이, 순대, 튀김 2천 원어치면 넉넉했던 시절. 언니, 떡볶이 좀 더 주세요~
맵게? 안 맵게? 이 짧은 대화 속에 정이 있고, 세대 간 연결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혼밥과 배달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학교 앞 분식집도 문을 닫고 있어요. 최근 한 프랜차이즈 떡볶이집은 "학원가가 아니라 주택가 성인 타깃 매장"으로 전략을 수정했어요. 아이들보다 어른이 주 고객이 된 것이죠.

유치원 운동회, 반별 장기자랑, 소풍
운동장에 줄지어 앉아 있던 텐트, 색깔별로 입었던 단체 티셔츠, 도시락에 달걀말이와 소시지 안 빠뜨렸던 엄마의 정성
이제는 사진 속에서만 존재하죠. 학생 수가 줄어 학년을 통합하고, 학교 행사도 간소화되거나 폐지되었어요. 심지어 소풍은 도시락 안 먹는 날이 되어버렸죠. 저출산은 단순히 출산율의 문제가 아니라, 어릴 적 기억의 절반을 지워버리고 있어요.

 

인형극장, 아동극장 아이 전용 무대의 퇴장
한때 전국에 퍼져 있던 아동극 전문 공연장은 방학이면 매진이 일상이었고, 장난감 선물과 풍선, 캐릭터 사진촬영까지 아이들의 천국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대형 뮤지컬조차 성인 타깃으로 기획되고, 아동극은 공공문화재단이 아니면 거의 올라가지 않아요.
어린이 관객이 너무 줄어서 채산성이 안 나요. 이제는 가족 단위 뮤지컬도 기획하기 힘들어요.
아이 없는 문화는, 곧 상상력의 연습장도 함께 사라지게 하죠.

분교, 작은 초등학교 폐교가 된 유년의 교실
전국에는 학생 수 10명 이하의 학교가 급증하고 있어요. 심지어 전교생이 1명인 학교도 존재해요. 전남 완도의 한 초등학교는 2023년 2월, 유일한 졸업생 1명을 배웅하며 학교 문을 닫았어요. 폐교는 단지 교육기관이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그곳에 붙어 있던 추억과, 한 마을이 아이로 이어지던 끈이 끊어지는 것이죠. 폐교된 곳은 카페나 숙박시설로 재탄생하기도 하지만, 마을의 기억은 되돌릴 수 없어요.

베이비시터, 장난감 대여점 수요가 없어진 일상 직업
과거에는 워킹맘을 위한 장난감 대여점이나 베이비시터 플랫폼이 성황이었지만 아이 자체가 줄며 이들 시장도 위축되고 있어요.
한 장난감 도서관 운영자는 이렇게 말하죠. 이용 회원 수가 3년 새 절반 이하로 줄었어요. 첫아이도, 둘째도 잘 안 낳으니까요.
어린이 고객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들은 자연스럽게 사업을 접거나 타깃을 변경하고 있어요.

아동복 소매점 작아진 매장, 줄어든 진열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동복 매장이 줄고 있는 걸 실감할 수 있어요. 패션 브랜드조차 키즈라인을 없애거나 통합 중이죠.
2024년 한 대형 백화점은 아동복 층을 줄이고 대신 반려동물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켰어요.
아이는 줄고, 강아지는 늘었다. 이 말이 현실이 된 지금, 아이 전용 매장은 자연스럽게 밀려나고 있어요.

 

입학식, 졸업식의 변화 작아지는 행사, 줄어드는 학급
예전엔 운동장을 가득 채우던 입학식과 졸업식도 이젠 체육관 한켠에서 간소하게 진행되죠. 1학년에 1 학급, 전교생이 60명도 안 되는 초등학교가 도시에서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선생님들은 명단을 외우지 않아도 전교생 이름을 다 알게 된다 라고 말하죠.
그만큼 작은 학교는 더 이상 시골만의 이야기가 아니죠. 축하 꽃다발, 교가, 단체 사진 조금씩 간소화되고 있는 이 모든 것들 역시
저출산이 만든 변화라 할 수 있죠.

 

전통 완구점, 동네 인형가게 마감된 유년의 진열대
플라스틱 장난감, 실로폰, 공룡 모형, 봉제인형 동네 골목에 하나씩은 있던 인형과 장난감 전문점은 거의 사라졌어요.
대신 키덜트용 피규어나 수집용 한정판 굿즈를 파는 가게만 살아남고 있어요. 아이를 위한 장난감이 아니라, 어른의 향수를 위한 장난감만 남은 셈이죠.

유아전문방송, 어린이 프로그램 멈춘 제작, 줄어든 시청률
뽀뽀뽀, 딩동댕 유치원, 번개맨 같은 공중파 아동 프로그램도 제작이 중단되거나 인터넷으로만 송출되고 있죠.
시청률이 낮고, 광고 수익이 안 되기 때문인데요. 넷플릭스 키즈나 유튜브 키즈에 익숙한 세대지만, 지상파 유아 콘텐츠가 가지던 교육적 정서는 쉽게 대체되지 않고 있죠.

 

국가의 미래는 오늘 태어나는 아이에게 달려 있다
국가의 미래는 오늘 태어나는 아이에게 달려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

우리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은 사랑과 시간이다. - Charles Kuralt

국가의 미래는 오늘 태어나는 아이에게 달려 있다. - Abraham Lincoln

우리의 사회는 아이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로 평가받는다. - Nelson Mandela

아이를 낳는 것은 새로운 미래를 품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지 않는 사회는 스스로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아이의 웃음은 미래가 존재함을 증명하는 가장 따뜻한 증거다.

 

 

저출산 시대 잊혀져 가는 것들
저출산 시대 잊혀져 가는 것들

 

한 명의 아이가 사라질 때 그 아이가 만들어낼 문화가 사라진다
한 명의 아이가 사라질 때 그 아이가 만들어낼 문화가 사라진다

 

 

 

 

에필로그
우리는 '한 명의 아이'가 사라질 때, 그 아이가 만들어낼 수 있었던 수많은 이야기와 공간, 풍경, 문화를 잃게 되죠.
문방구의 선반, 놀이터의 철봉, 떡볶이의 매운 냄새, 알림장의 손글씨, 운동회의 응원소리...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사라지고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추억은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야 존재합니다. 우리의 추억이 정말로 사라지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지금, 이 풍경들 속에서 다시 살아야 하죠. 아이들이 줄어들지 않고, 다음 세대가 이 기억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해요. 추억은 그리움만으로는 지켜지지 않아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저출산의 그림자 #문방구추억 #어린시절풍경 #사라지는 문화 #동네의 추억 #레트로감성 #인구절벽현실 #추억여행